[재경부]미국서 금리내리면 세계경제 회복 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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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내 실물경제의 침체가 가속되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세계적인 대공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주목된다.

재정경제부는 7일 '미국의 최근 경제동향과 향후 전망' 이란 보고서에서 "미 금융시장의 급작스런 거품 (버블) 붕괴가 실물부문의 급격한 위축으로 확대되고 이것이 일본의 장기불황.아시아 위기의 심화와 맞물려 세계적인 공황으로 치닫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 이라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최근의 세계경제상황은 지난 29년의 대공황과 일부 유사한 면이 있어 전세계적 불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유사점으로^미국 금융시장 과열및 국제투자자금의 개도국 이탈^세계적인 수입금감 등 교역량 축소^세계적인 금융시스템 불안의 파급^소비.생산 급감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 등을 꼽았다.

만약 대공황이 닥쳐오면 한국은 외자유치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장기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재경부는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세계경제는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재경부는 전망했다.

금리를 내리면 미국으로 집중되고 있는 자본이 유출되면서 일본의 자본유입이 증가하게 돼 '달러 약세, 엔 강세' 기조를 유지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시장 (이머징마켓) 으로의 자본유입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미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론한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의 발언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재경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재경부는 미 주식시장의 하락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수출이 더욱 둔화되고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위험이 더욱 확대돼 단기적으로 해외자본 차입및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라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겨냥한 외국인 투자증가와 수출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세계경제의 동반추락을 바라지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선순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시장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위축에 따라 수출전망도 밝지 못한데다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요즘처럼 아시아.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금융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선 '한국의 경우 구조조정을 조속히 매듭지어 경제여건을 튼튼히 해놓았다' 는 차별화전략을 쓰는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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