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씨가 밝힌 '전원일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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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방송작가 김정수씨. 81년 '전원일기' 팀에 '흘러온 사람들' 로 합류했다.

89년 '행복한 여자' 집필로 4개월간 빠진 것을 빼고는 꼬박 12년간 터줏대감 자리를 지켰다.

그는 초창기 '전원일기' 를 "향토색과 문학적 냄새가 물씬 풍기던 말 그대로 '촌 (村) 스러운' 드라마" 라고 회고한다.

"제가 쓸 때만 해도 농촌 정서는 '상대적 박탈감' 이었습니다.

복고풍 향수의 대상은 될지언정 '정주 (定住) 할만한 공간' 은 아니었죠. 지금처럼 너도나도 별 차이가 없는, 거품이 빠진 시대에 농촌은 현실적으로도 '돌아갈만한 곳' 으로 그려질 수 있다고 봅니다.

" 50~60대만 좋아하는 노쇠한 드라마가 아니라 좀더 미래지향적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 말이다.

"TV속에서 농촌 사람들은 어수룩해 늘 당하기만 하는 피해자였죠. 도시 사람들에 당하고 정부당국의 대책없는 정책에 당하고…. 각도를 바꿔서 예를 들면 지역마다 특산물을 상품화해 자립적 경제활동을 해나가는 농촌의 모습을 그린다면 도시의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삶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 그는 농촌드라마가 농촌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드라마에 대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건 비현실적이죠. 변화상을 목적의식적으로 담아갈 순 있지만 드라마 자체가 해결사가 될 순 없어요. 오히려 몸도 마음도 가난해지기 쉬운 현실에서 넉넉한 마음씀씀이가 남아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그 역할이 더 의미있지 않겠습니까. "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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