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 이창호의 살 의 바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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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제7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

<결승 2국>
○·창하오 9단 ●·이창호 9단

제14보(134~138)=이창호 9단이 초강수로 돌진하고 있다. 보기 드문 일이라 가슴이 찡하다. 20대 시절에 그는 이렇게 피와 살이 튀는 바둑을 두지 않고도 이겼다. 한데 서른다섯 살이 되어 기력은 전만 못한데 이처럼 힘으로, 목을 내놓고 승부를 봐야 한다. 창하오 9단도 즉각 134로 끊어 다시 바둑은 미궁 속으로 깊이깊이 빠져든다. 흑은 137의 한 수를 얻었다. 그러나 백이 136, 138로 빵따내자 흑 귀가 통째 너덜거린다. 혹 A로 끊는 수상전이 되는 것 아닐까. 그것만 된다면 바둑은 바로 역전이다. 하나 흑 모양이 너무 나빠 수상전을 해보기도 전에 수가 나버릴 것 같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이 무시무시한 변화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다. 좌하부터 뻗어나온 대마 포살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마는 어디서부터 공격해야 옳을까. 검토실에선 처음엔 ‘참고도’ 흑1을 유력하게 떠올렸으나 백2로 꽉 받는 수가 좋아서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패는 물론 흑이 안 된다. 그렇다면 사활의 급소는 어디일까. 상변을 희생하며 B 부근의 선수는 얻어냈으나(이것으로 포위망은 거의 완벽해졌다) 잡는 수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대마는 긴 강과 같아서 어디엔가 생명력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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