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 모든 수가 2%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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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2국> ○·창하오 9단 ●·이창호 9단

제13보(127~133)=흑은 밀고 백은 버틴다. 이 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레일 위에는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는 ‘대마 사활’이란 난제가 숨은 그림처럼 깔려 있다. 이창호의 흑▲에 창하오가 백△로 버틴 것은 대단하다. 백△로 A에 물러서면 안전하지만 흑은 상변을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그렇게 집이 근접하면 종반에 진짜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 차라리 지금 승부를 보자고 백△는 말하고 있다.

이창호 9단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집으로 지니까 뭔가는 해야 한다. 우선 ‘참고도1’ 흑1로 단수치는 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백은 2, 4로 틀어막을 것이고 흑은 B와 C로 끊어 패가 된다. 그러나 흑은 팻감도 여러 개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C로 끊는 자세가 너무 나쁘다. 내 목이 꽉 졸리는 느낌이어서 도저히 안 된다.

127로 대마를 슬쩍 건드려 보자 창하오는 즉각 128을 선수하며 긴장한다. 하지만 이창호 9단은 이 흑을 잡기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가령 ‘참고도2’ 흑1로 공격하면 백2로 눈을 만들게 되는데 이때 포위망이 위쪽 어딘지 부실한 느낌이다. 비상시국인데 모든 수는 2% 부족하다. 이창호 9단은 이 대목에서 냉수를 한잔 들이켜더니 131로 젖히고 133으로 끊어버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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