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수사]정치권 또 파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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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지난해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李會昌) 씨를 총재로 선출한 31일 검찰이 李후보의 핵심 측근이었던 서상목 (徐相穆) 의원과 함께 임채주 (林采柱) 전국세청장에 대해 대선자금 모금 혐의에 대한 수사에 나서 정치권에 파란을 부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徐의원과 林전청장은 지난해 대선기간 중 대기업 핵심 경영진들을 상대로 수십억원을 한나라당 선거자금으로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는 검찰이 지난해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조달과정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11월 한나라당이 당시 국민회의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을 비자금 조성혐의로 고발한 사건 수사과정에서 한나라당측이 대선기간 중 주요 기업으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끌어들인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검찰은 金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함께 이회창 후보의 대선자금 조달 의혹을 동시에 수사할 방침을 세웠으나 자칫 金대통령 사건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사를 중단했었다.

결국 검찰이 뒤늦게 李총재의 대선자금 출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이번 사건의 불똥은 업계에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검찰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입장은 최대한 고려하겠다" 고 밝히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만약 당시 국세청장이 기업인들을 상대로 정치자금 헌납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林전청장은 물론 林전청장에게 정치자금 모금에 나서줄 것을 요구한 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본부 핵심 관계자들도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하면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지검은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기간 중 안기부를 통해 한국통신 등 주요 공기업으로부터 선거자금을 조달한 사실도 밝혀내고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하고 있어 이번 수사의 파장은 자칫 여야의 정면대결로 치달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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