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거래소 부산행 낙찰…정치입김에 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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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입지 선정을 놓고 난항이 계속돼 온 선물거래소 설립이 정부.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산유치로 사실상 확정됐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오는 3일 재경부가 선물거래소 부산 설립을 확정발표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경제논리를 앞세운 반대의견이 많았으나 대선공약을 지키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 며 "대통령이 3일 부산을 방문해 '부산을 동북아시아의 금융.물류중심지로 중점 육성하겠다' 는 정책구상을 밝힐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측은 "인가권은 정부가 갖고 있지만 입지결정 문제는 민간업자 스스로 결정할 문제" 라며 "정치권이 결정했다면 어쩔수 없겠지만 경제적 효과로 보면 부산 설립은 이해할 수 없는 일" 이라고 말했다.

그간 선물협회는 ▶금융인프라 미비 ▶통신상의 장애 ▶고비용 저효율 등을 이유로 부산 설립을 완강히 반대해왔다.

그러나 정치권과 부산지역 정.재계인사들로 구성된 부산유치단측이 대통령 대선공약 사항임을 내세워 부산유치를 강력 주장하고 나서면서 거래소 설립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지자 협회내부에서도 '부산 설립을 기정사실화한 설립 방안' 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선물협회측은 지난 1월 서울거래소 설립을 회원사 투표로 확정, 오는 10월 설립을 목표로 전산시스템 도입과 사무실 임대까지 마쳤다.

그러나 입지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많아 일정추진이 불가능해 지자 상당수 회원들이 탈퇴, 35개의 회원사가 현재 12개사로 줄어든 상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경제, 특히 금융산업은 효율.자율성의 추구라는 상식적인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며 "경제적 타당성을 무시한 정치논리에 의한 정책결정은 결과적으로 금융산업 체질을 악화시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할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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