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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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당이 된 뒤 총재선출을 위해 처음 치러진 3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별 잡음이나 혼선 없이 진행됐다.

1차 투표에서 가볍게 승리를 확정지은 이회창후보는 "화합을 통한 강한 야당" 을 외쳤고 패한 후보측은 침묵으로 결과에 승복했다.

○…오후 3시 민관식 (閔寬植) 선관위원장이 이회창후보의 당선을 확정 발표하자 장내는 폭죽과 풍선.꽃가루가 난무했고 환호와 박수로 진동했다.

李후보는 수락연설을 통해 "새로운 각오로 거듭 태어나자" 고 강조. 그는 특히 세 경쟁후보를 향해 "오늘의 영광을 세 동지와 함께 나누겠다.

우리 당은 이분들의 높은 경륜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며 참석 대의원의 박수를 유도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도 "앞으로 당의 분열은 절대 없을 것" 이라고 누차 강조. 한편 55.7%를 얻은 李후보측은 "월말이라 기업하는 대의원들이 많이 못나온 것이 아쉽다" 고 여유를 보였다.

상기된 얼굴로 기자회견을 마친 李후보는 여의도 63빌딩에서 상임고문단과 만찬을 함께 하며 단합을 당부.

○…이회창총재는 여러 모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고개를 많이 숙였고 경쟁자를 치켜세워 주기도 했다.

지난해 7월 21일 대통령후보 경선 전당대회 때와는 전혀 달라진 모습이었다.

너무 뻣뻣하다는 등 안 좋은 평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중정치인의 체취.면모를 여러 군데서 느끼게 했다.

다른 후보들이 일어서서 박수를 받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배려했고 연설의 전달방식도 짧게 압축된 점이 눈에 띄었다.

연설문은 김영삼대통령 시절 연설문을 맡았던 윤여준 (尹汝雋.전청와대 공보수석) 특보가 작성했다.

○…개표결과에 대해 범 당권파 세 후보는 모두 "결과에 승복한다" "당을 떠나지 않을 것" 등을 약속. 하지만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특히 2위를 한 이한동후보측은 "득표수가 각 후보측 위원장수와 비례했다" 며 '대의원 혁명' 이 무산된 데에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당초 25~30%의 득표를 예측했으나 21.2%에 그친 데 대해선 "돈과 위원장 줄 세우기의 구태가 사라지지 않은 탓" 이라고 비난.

김덕룡후보측은 "최선을 다한 만큼 후회는 없다" 면서도 "기대했던 부산.경남지역 표가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쉽다" 고 소회. 꼴지에 머무른 서청원후보는 "이회창총재에 적극 협조하겠다" 고 미련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투표에는 전체 대의원 8천3백54명 중 7천3백36명이 참여, 1천여명이 기권한 가운데 치러졌다.

때문에 당내에선 일부 탈당예정 의원들의 불참에 따른 대의원들의 기권사태 탓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정민.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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