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회창, 엇갈린 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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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8월 중순께 있을 개각이 다가오면서 한나라당 박근혜(얼굴·左) 전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右) 총재의 역할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각에서 ‘통합’과 ‘소통’이란 목표를 완성하려면 이 두 사람을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 간 소통의 열쇠를 쥐고 있고, 이 총재는 보수 대통합과 충청권 포용이란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요즘 여권에서 ‘친박 입각설’이나 ‘심대평 총리설’ 등이 거론되는 이유도 이런 측면에서다.

16일 기자들과 만난 박 전 대표는 ‘친박 입각설’에 대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고, 선택받은 분이 개인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친박 인사가 입각하더라도) 친박 대표로 가는 것도, 친박과 상의해서 가는 것도 아니다”며 “개인이 결정하는 개인적인 일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발언은 설령 친박 의원이 입각해도 계파 간 협력과는 무관하다는 뜻으로 풀이되면서 박 전 대표가 친박 입각에 부정적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17일 “박 전 대표는 입각한 인사가 마치 친박계 대표처럼 여겨지는 상황을 경계한 것이지 입각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어찌됐든 현재까지 친박계에선 ‘친박 입각설’에 대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주변에서 바람 잡는 얘기에 불과하다”며 냉소적인 의원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한편 이회창 총재는 13일 “우리는 독자적 야당이다. 여권과 정책공조·정책연대의 틀이 생기면 모르되 한두 사람이 총리나 장관으로 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은 내년 지방선거 때 당운을 걸고 충청권에서 한나라당과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할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한나라당과 수도권-충청권 연합 공천이라도 성사되면 몰라도 그러기 전에 선진당 의원이 입각한다는 것은 당을 한나라당 2중대로 만들겠다는 얘기밖에 더 되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이런 와중에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심대평 대표가 16일 “하루하루 땜질식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총재 중심의 당 운영을 비판한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심 대표의 경우 정권 출범 때와 지난해 6월에도 총리 카드로 검토된 적이 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당대당 차원의 공조 아닌 ‘개인적 참여는 안 된다’는 이 총재의 의중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심 대표는 이날 이 총재에게 “당의 정책기능을 활성화하자는 게 발언의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심 대표가 개인적으론 입각에 관심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당내 1, 2인자인 이 총재와 심 대표 사이엔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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