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평가 시험지 현직 교사가 유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이 사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에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7일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의 고교 교사 2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문제지 유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강남의 교사 A씨는 지난 2005~2007년 시험 전날 메가스터디 직원에게 문제를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분당의 B교사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시험 당일 오전 8시쯤 메가스터디에 문제를 제공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메가스터디는 교사들로부터 1년에 7번씩, 총 30여 회에 걸쳐 문제지·해답지·해설지 등을 통째로 넘겨받아 문제풀이 동영상을 만든 뒤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16일 문제지 사전 입수 혐의로 메가스터디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임의동행한 직원 8명을 조사해 교사들이 가담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교사들이 시험 전날 학교로 배달된 봉투의 봉인을 뜯고 문제지를 빼내 메가스터디에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학력평가 문제지는 시험이 시작될 때 봉인을 뜯게 돼 있다.

경찰은 이들이 사립학교 교사이지만 시험 관리는 공무로 볼 수 있는 만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을 적용해 사법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또 교사들이 문제 제공을 대가로 메가스터디로부터 금품·향응 등을 받았는지 조사하기 위해 계좌 추적에 나섰다. 학교 간부들이나 다른 교사들의 조직적 가담이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이현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