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여권후보 非호남권”…한화갑 총무 발언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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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동정권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야당의원 영입을 놓고 한창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후일의 '큰 게임' 을 위해선 세 (勢) 를 키워 놓아야 하기 때문에 양보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국민회의측이 우세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자민련도 홀홀히 물러나지 않겠다는 태세다.

국민신당을 놓고 벌인 양측의 물밑 혈투는 일단 국민회의의 완승으로 끝났고 앞으로의 경쟁에 많은 참고가 된다.

국민신당을 놓고 진행된 줄다리기에서 주된 대상은 이인제 (李仁濟) 고문. 김종필 (金鍾泌) 총리가 공동대표를 제의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까지 제시하며 '구애 (求愛)' 를 했음에도 李고문이 국민회의로 향한 것은 다른 자민련 지도부가 '대통령 직선제 주장 및 당권 포기' 라는 요구를 한데 반해 국민회의측은 그에게 상당한 보장을 했기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한 한화갑 (韓和甲) 국민회의총무의 30일 발언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정계개편에 앞장서고 있는 韓총무는 기자들이 "이인제고문을 어떻게 배려할 것이냐" 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 대신 "차기 대통령후보는 호남에서 나오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韓총무는 "대통령 후보는 외부에서 모셔오려고 하며, 내가 그 역할을 하려고 한다" 는 말도 곁들였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차기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기회 부여 등의 약속이 이인제고문을 끌어 들이는 결정적 동인이 된 듯하다.

'차기 국민회의 대통령후보는 비호남' 이라는 얘기가 사실인지 여부도 아주 주목되는 미지수의 부분이지만, 국민회의가 외부인사 영입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히 해주는 대목이다.

세 확대를 위해서는 어떤 부담도 감내할 수 있으며, 자민련도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다는 게 보다 확실해졌다.

韓총무의 차기대통령 후보에 대한 언급은 또 자민련으로부터 즉각 "그렇다면 내각제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는 의구심을 낳게 하는데, 때문에 자민련을 더더욱 야당의원 끌어들이기에 나서도록 만들고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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