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창작뮤지컬 '하드록카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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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창작뮤지컬 '하드록카페' 가 공연중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은 입석표를 사려는 관객이 줄을 설만큼, 요즘 보기드물게 젊은 관객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있다.

관객들 스스로가 "다른 뮤지컬과는 다르다" 라고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대목은 관객과의 음악적 친화력. 윤도현밴드 (밴드 마루와 더블캐스팅) 의 캐스팅은 동두천 록커의 인생유전이라는 전체 줄거리에 맞춘 것이고, '다시 한 번' '타잔' 등 뮤지컬에 그대로 쓰이는 그들의 노래는 자연스럽게 관객과 어울리게 한다.

이런 친화력은 거꾸로 이제까지의 대형뮤지컬 음악이 관객들이 실제 듣고 즐기는 음악과 퍽 거리가 있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기존의 뮤지컬 스타일의 음악을 원했다면 나에게 맡기지 않았을 것" 이라고 말하는 김준원의 새 창작곡 6곡 역시 록은 아니지만 전체 음악의 대중적인 호소력을 강화한다.

실제 록커의 출연으로 무대 등장이 가능해진 이들 음악에 대해 제작사측은 "뮤지컬배우의 가창력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를 한단계 높였을 것" 이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배우 윤도현 (극중 강주) 과 가수 윤도현, 심지어는 배우 최정원 (극중 지원) 과 실제인물 최정원이 구분되지 않는다" 는 연극평론가 김미도씨의 지적처럼, 관객의 열광이 뮤지컬 무대 자체에 쏟아지는 것이냐는 의문은 숙제로 남는다.

70년대 동두천 미군클럽, 80년대 서울의 휘황찬 나이트클럽, 90년대 언더그라운드밴드의 클럽이 등장인물의 의상과 안무에서 시대적인 변화가 드러나지 않고 모두 90년대 눈높이로 그려지는 것도 이런 관객의 착각에 한몫한다.

극중 클럽파라다이스의 신진 댄스그룹으로 등장하는 '글램' (실제 신진 댄스그룹이다) 이 선보이는 98년판 춤과 노래는 객석의 괴성을 자아내기에는 적합할 망정, 한창 부상하던 80년대 록그룹이 막 불기시작한 댄스열풍에 밀려나는 줄거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는 영 부적절한 것이 한 예다.

상품증정 퀴즈를 비롯, 클럽 파라다이스의 손님과 동숭홀의 관객을 혼용하는 연출 역시 극의 안팎에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요염한 무희들의 '클럽 파라다이스' 무대인지, 록뮤지컬 '하드록카페' 의 무대인지는 곱씹어 볼 대목이다.

10월6일까지.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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