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러시아 차관 16억불 회수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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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러시아 사태의 악화로 정부가 추진중인 대 (對) 러시아 경협차관 상환협상의 연기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8일 "경협차관 16억달러 회수에 대한 양국 입장을 담은 서류를 이달말까지 교환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러시아 정부로부터 응답이 없다" 며 "현재로선 9월에 잡혀 있는 2차실무회의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가 공공자금은 지불유예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만큼 일단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고 덧붙였다.

러시아 사태가 악화되자 정부는 대 (對) 러시아 수출업체 및 물품 공급업체가 수출대금을 못받아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보고 수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부산지역 대러시아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실시중인 부가가치세 과다환급 관련 세무조사를 연기해주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부는 또 다음달부터 해외투자설명회를 열어 한국이 다른 개발도상국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외환보유액을 최대한 늘려 외환시장의 교란에 대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연말에 상환일자가 돌아오는 국제통화기금 (IMF) 지원금 28억달러의 만기를 6개월 연장하고,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들여오기로 한 47억달러를 조기에 확보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값이 연일 급락하면서 외화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도 큰폭으로 오르면서 외환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지난 27일 미국 뉴욕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10년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미국 재무부채권 (TB) 금리를 기준으로 연 9.5%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외평채 유통금리는 연14.8%에 이르러 국내 회사채 금리 (연 12% 안팎) 보다 높아져 국내외 금리의 역전 (逆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 금리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릴 경우 국내외 금리차가 벌어져 달러가 외국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 고 지적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환율이 개장 직후 단숨에 달러당 1천3백42원까지 오른 뒤 1천3백36원에 마감됐다.

이에따라 원화 환율은 이틀새 28원이나 뛰었다.

고현곤.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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