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대통령 사임서명설…러시아 정계 지각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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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사임설이 러시아에 정치적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경제계의 우두머리격이며 킹 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는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로고바자 총수와 다른 재벌총수들이 이 문제를 논의했다.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가 두마 (의회) 의 동의를 받는 대로 건강상 이유를 들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설은 요즘 상황 때문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좀처럼 따로 만날 일이 없는 세르게이 야스트르젬스키 크렘린대변인이 27일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수를 비밀리에 접촉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사임의 대가로 사후보장을 협상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옐친의 심신상태가 엉망이며 하루 한두시간 정도밖에 일하지 못한다" 는 말이 나돌고 있다.

코메르산트 데일리 같은 신문은 1면 머릿기사 제목으로 "대통령은 살아 있다" 며 빈정거리기도 했다.

크렘린은 물론 이런 모든 관측과 설들을 부정하고 있지만 예전과 달리 사임설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지는 "대통령 사임과 조기대선 및 총선 동시실시 등에 이르는 일련의 시나리오가 각 정파지도자들간에 논의되고 있다" 며 옐친 사임이 시기문제일 뿐임을 시사했다.

옐친의 사임에 대비해 주요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의 물밑작업도 한창이다.

주요 후보는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 주가노프 공산당수. 알렉산더 레베드 크라스노야르스크주지사. 유리 루즈코프 모스크바시장. 보리스 넴초프 전부총리 등.

첫째 기류는 체르노미르딘 총리서리. 레베드 주지사. 베레조프스키의 3각연합을 모색하는 흐름이다.

대재벌 베레조프스키를 매개로 해 친 (親) 옐친파와 친서방 개혁파에게 향후 신변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임을 주장하고 있다.

두번째는 공산당 등 좌파와 체르노미르딘의 연합을 주장하는 흐름.

세번째는 루즈코프 모스크바시장을 중심으로 개혁 지속과 러시아의 자존심 회복, 국정능력 등을 내세워 세력형성을 모색하는 쪽이다.

전문가들은 물밑 교섭이 다음주중에는 가닥을 잡아 나갈 것이며 이때 가서야 옐친의 사임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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