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종현 회장 영전에]김우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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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너무도 갑작스런 비보 앞에 참담한 심경을 가눌 길 없습니다.

최종현 회장님. 모두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지만 이 무슨 벽력같은 떠남이십니까. 나라 경제의 중흥을 위해 하실 일이 태산같은데 그 무엇이 급해 이리도 황망히 가십니까.

저희들만의 힘으로 풀어가기에는 너무도 벅찬 난제가 산적한 이 때에 이처럼 홀연히 떠나가시다니 아득한 심정 형언할 수 없어 새삼 하늘이 야속해집니다.

전문경영인의 첫 세대로서 지난 개발연대에 우리 경제의 도약을 이끌어오신 회장님께서는 30여 성상의 기업경영을 통해 시장경제와 경영의 세계화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오셨습니다.

또한 미래를 대비하자는 높은 철학으로 인재양성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시는 모습을 보며 우리 후배들은 든든함을 느끼며 존경해 마지 않았습니다.

특히 회장님께서는 6년전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하신 이래 거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때로는 과중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도 묵묵히 우리 경제의 진운을 개척해 나가는 용기와 혜안을 보여주셨습니다.

최종현 회장님. 회장님은 이제 저희들의 가슴에 큰 자취를 남기신 채 영원한 안식의 길로 떠나셨습니다.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못다 베푸신 경륜과 숭고한 이상은 이제 우리 후배 경제인들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일생을 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신 회장님의 거룩한 유지를 받들어 나라 경제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도록 후배들 모두 노력하고 또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부디 영면하시옵소서.

98년 8월 26일 김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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