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하철, 비오는 날 승객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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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리는 15일 회사원 이영웅(43·부산시 동래구 명륜동)씨는 평소와 달리 자가용을 몰고 중앙동 회사까지 출근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도시철도를 타고 명륜동역에서 중앙동역까지 갔었다. 이씨는 “도시철도 역까지 오가는 동안 옷이 젖는 경우가 많아 비가 내리면 주로 승용차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장맛비가 내린 15일 부산시 중앙동 버스정류소에서 많은 시민들이 우산을 든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씨처럼 비가 오면 도시철도이용을 기피하는 승객들이 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가 18년만에 가장 많은 비(308㎜)가 내린 7일(화요일) 하룻동안 부산시내 도시철도 이용 승객수를 조사한 결과 57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는 올 2분기(4∼6월)화요일 하루 평균 승객 78만 7000명에서 27.3% 줄어든 것이다.

부산교통공사가 2007∼2009년까지 3년간 2분기 하루 승객수를 비교한 결과 비가 많이 올수록 승객이 줄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10mm 이내의 비가 내린 날은 비가 오지 않는 날 보다 3.6% 줄어들고,10~20mm 까지는 5.1%, 50mm 이상 비가 내릴때는 15% 승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하지만 노약자나 장애우 등 요금을 내지 않은 승객은 크게 줄어 들지 않았다.

비가 10mm 내린 날의 경우 요금을 내는 승객은 3% 줄어 들었지만 요금을 내지 않은 승객은 0.6%밖에 줄어들지 않아 5배쯤 차이가 났다. 50mm 이상 비가 내린 날도 요금내는 승객은 10.3% 줄었지만 공짜승객이 4.7% 줄었다.

부산교통공사 영업팀 공영씨는 “공짜 승객은 비로 인한 불편을 참지만 요금을 내는 승객은 자가용과 버스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비오는 날 승객 잡아라=부산교통공사는 1,2,3호선 지하철 92곳역에 비치한 ‘양심우산’ 수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양심우산은 승객이 비가오면 가져갔다가 다시 갔다 놓는 우산이다.

부산교통공사는 비오는 날 다른 교통수단으로 옮겨 가는 승객들을 붙잡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도시철도의 에어컨 가동시간도 늘린다. 습기가 찰수록 심해지는 더위를 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계단 미끄럼 방지시설도 늘리기로 했다. 강우량에 따라 요금을 할인해 주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전산처리가 불가능해 포기했다.

부산의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승객수는 연간 650만명. 이가운데 비오는 날 빠져 나가는 승객수는 연간 100여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정도인 50여만명이라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부산교통공사 안준태 사장은 “비가 내린다고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교통체증을 가져오고 교통비도 많이 들게 된다”며 “비가 와도 불편하지 않도록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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