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추락한 잠재성장률 경제위기로 투자 덜한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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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금융위기 과정에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졌다는 것을 정부도 15일 공식 인정했다. 현 정부가 연 7% 경제성장을 공언하고 출범한 만큼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 됐다.

잠재성장률이란 한마디로 한 국가의 경제가 부작용 없이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 이상으로 성장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잠재성장률이 낮으면 인적·물적 자원을 아무리 효율적으로 운영해도 잠재성장률이 높아 성큼성큼 나아가는 나라를 쫓아갈 수 없다.

지난해까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4%대 후반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은 4.8%,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5%를 잠재성장률로 제시했다. 물론 이 정도도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대에 진입하려면 잠재성장률이 5~6%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시작한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되레 잠재성장률이 뒷걸음치고 만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투자가 줄어든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축적된 자본의 양과 일할 수 있는 사람의 수, 생산성에 크게 좌우된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투자가 줄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선진국 정부들도 잠재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인데, 역시 투자가 살아나는 것이 관건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내년부터 잠재성장률이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회복 속도는 투자와 고용회복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빠르게 줄면서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 확대는 절실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투자가 현 수준에서 머물 경우 고령화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2050년엔 2%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이렇게 되면 영원히 미국의 국민소득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 때문에 민간 전문가들은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오석 KDI 원장은 “기업 환경과 노사관계를 개선하고, 개혁을 착실히 하면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막거나 조금 올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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