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춘란배 세계선수권] 급소를 얻어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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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제7회 춘란배 세계선수권

<결승 2국>
○·창하오 9단 ●·이창호 9단

제11보(112~120)=눈 밝은 날이 있다. 흑▲엔 으레 A로 받는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창하오 9단은 112로 치고 나온다. 수읽기를 주무기로 하는 창하오, 그는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반격을 전개했다. 이창호 9단이 113, 115로 절단한 것은 당연한 기세.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창하오의 116이 나비처럼 날아든다. 급소다. 아픈 수다. 좌하 백 대마와 우상 백을 엮어 전면 공격을 감행하려던 이창호의 얼굴이 이 한 수로 헝클어지고 있다.

‘참고도1’ 흑1로 받는 것이 가장 깨끗하지만 이건 백2, 4로 끊겨 바로 수가 난다. 그렇다고 ‘참고도2’ 흑1로 웅크리는 것은 모양이 너무 우형이어서 백을 압박하는 파워가 현저히 떨어진다. 백2로 받기만 해도 B가 선수여서 완생의 모습. 또 상황이 변하면 백은 C의 선수를 바탕으로 귀에서 수를 내자고 덤빌 것이다.

이창호 9단은 고심 끝에 117의 이적수를 두지 않을 수 없었고(공격을 원한다면 결코 두어서는 안 되는 수다) 흑은 자연스레 118을 선수하며 모양을 갖췄다. 이창호 9단이 이런 핀치에 몰리곤 하는 이유는 사실은 ‘건강’ 때문이다. 컨디션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이 그림은 백D도 거의 선수다. 이창호 9단은 이제 좌하에서 뻗어 나온 거대한 백 대마를 잡아야만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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