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교수의 말·글 모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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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독서는 타인의 사고를 반복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생각거리를 얻는다는 데에 보다 참된 의의가 있습니다.

▶나는 인간을 어떤 기성 (旣成) 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개인이 이룩해놓은 객관적 '달성' 보다는 주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지향' 을 더 높이 사야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 경우, 그릇으로서의 쓰임새는 그릇 가운데를 비움으로써 생깁니다.

▶풍요보다는 궁핍이, 기쁨보다는 아픔이 우리를 삶의 진상 (眞相)에 맞세워주는 법이며, 삶의 진상은 다시 위대한 대립물이 되어 우리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도록 합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실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패의 발견이 필요한 것이며, 실패가 값진 것이 아니라 실패의 교훈이 값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완은 반성이자 새로운 시작입니다.

▶ '희망' 이란 오늘을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그 앞에 다가서는 창입니다.

▶사랑이 없는 이성은 비정한 것이 되고 이성이 없는 사랑은 몽매와 탐닉이 됩니다.

▶ '과거' 를 읽기보다 '현재' 를 읽어야 하며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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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의 올바름을 선 (善) 이라 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올바름을 미 (美) 라 합니다.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를 때를 일컬어 우리는 그것을 진선진미 (盡善盡美) 라 합니다.

▶각성은 그 자체로서 이미 빛나는 달성입니다.

▶척박한 삶은 온몸을 울리는 맥박처럼 우리를 깨닫게 하는 경종입니다.

▶단죄 없는 용서와 책임 없는 사죄는 은폐의 합의입니다.

책임짐으로써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청산입니다.

▶어둡고 험난한 곤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이 험난한 곤경이 비록 우리의 크고 작은 달성을 무너뜨린다 하더라도 다만 통절한 깨달음 하나만이라도 일으켜 세울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여행은 돌아옴 (歸) 입니다. 나 자신으로 돌아옴이며 타인에 대한 겸손한 이해입니다. 정직한 귀향이며 겸손한 만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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