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기 왕위전]이창호 - 조훈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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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曺9단, 난전으로 승리

총 보 (1~171) =이창호9단은 고향인 전주에서의 대국에서 승률이 그리 좋지 않다.

동행한 프로들은 "지역의 노인장들이 선생님을 부모님 대하듯 하라며 훈계하니 바둑이 잘 되겠어요" 하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李9단이 해외대국에서 성적이 나쁜 것은 비행기 타기와 전야제 행사 때문일 거라는 얘기가 많았다.

지금은 그런 것들도 극복해 해외대국의 승률도 높아졌지만 李9단은 아무튼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우선 땀을 흘린다.

본래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수줍음 탓일 것이다.

바둑의 1인자가 된 지도 어언 몇 년이 흘렀으니 조금 거들먹거릴 만도 한데 모기 같던 목소리가 약간 커지고 미소가 늘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그 모습 그대로다.

여전히 전철을 타고 다니고 친구들과 김밥을 먹으며 그렇게 소박하게 살아간다.

참 대단한 청년이구나 싶을 때가 많다.

지난번 일본의 TV아시아선수권전에선 일본의 요다9단에게 패배해 뉴스거리를 제공했지만 오랜만에 마음 놓고 놀다왔다고 한다.

요다의 초청으로 여류기사 두 명과 넷이서 디즈니랜드에 가서 놀았는데 퍽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쏟아지던 시선이 사라졌으니 자유로웠을 것이다.

그리고 李9단도 우리 나이로 25세의 청년이니까 이성도 가끔 만나야 되지 않겠는가.

李왕위는 이 판의 패인을 36, 38의 느림보 행마와 73을 당한 것으로 요약한다.

그러나 이 판에서 曺9단의 승착은 101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세한 바둑에서 오히려 강력하게 싸움을 걸어 판을 대난전의 소용돌이로 몰고간 강수 101. 曺9단은 계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전투에는 역시 강하다 (112.118.124.130=96, 115.121.127.140=39, 139.149=97, 142.151=136, 144=128, 147=111) .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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