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재외동포]카자흐스탄 헌법위위원장 김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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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들은 정부의 주요직 뿐만 아니라 경제.문화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김유리 (58) 카자흐스탄 헌법위원회 위원장은 옛 소련 시절 스탈린의 탄압으로 강제 이주당한 소수민족의 아들에서 최고위급 관료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1937년 당시 30세이던 그의 아버지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한 뒤 집단농장 등에서 일하다가 40년 그를 낳았다.

아무 것도 없이 맨손으로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 대한 그의 기억은 '고생' 으로 점철돼 있다.

"강제이주로 수백만명의 고려인이 평생 쌓아온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렸습니다. 처음엔 부모님도 카자흐스탄에 와서 하루종일 일만 하셨어요. 그렇지만 부당한 강제이주가 오히려 우리를 단결시켰습니다. "

고생도 많았지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만큼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다.

강제이주 후 그의 가족을 포함한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은 근면.성실성을 무기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또한 66년 카자흐스탄 국립대 법학부 졸업 후 내무부에 발을 들여놓은 뒤 법무부 차관.최고회의 대의원.중앙선거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96년엔 헌법위원회 위원장이 되는 등 승진을 거듭했다.

부총리급인 헌법위원회 위원장은 카자흐스탄의 11만 고려인 가운데 최고위직.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지요. 30여 민족이 모여 사는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민족간 차별이 없는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지난 95년 중앙선거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할 때에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임기연장에 대한 국민투표를 관장하기도 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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