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해고규모 싸고 마라톤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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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와 국민회의.노사정 (勞使政) 위 합동중재단은 중재단이 내놓은 협상안을 놓고 21일 새벽까지 벌인 마라톤 협상은 시종 밀고 밀리는 줄다리기의 연속이었다.

현대자동차 정몽규 (鄭夢奎) 회장과 김광식 (金光植) 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 5명씩과 국민회의 노무현 (盧武鉉) 부총재 등 중재단 7명은 이날 오후 3시 회사본관 회의실에서 비공개 협상에 들어갔다.

노조측 대표가 먼저 도착,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회사측 대표가 늦자 노조측은 옆방으로 옮겨 잠시 담배를 피우는 등 긴장을 가라앉히는 모습이었다.

협상이 시작되자 鄭회장은 "하루 빨리 공장가동이 됐으면 하는 게 회사의 입장" 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에 金위원장도 "정부.여당의 마지막 중재니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보자" 고 답했다.

회사측은 정리해고 숫자를 기존의 6백15명에서 3백50명까지 떨어뜨리며 융통성을 보였으나 노조는 '정리해고 절대불가' 원칙을 거듭 되풀이했다. 대신 1천5백38명을 1년간 무급휴직선에서 마무리짓자고 수정제안했다.

오후 5시10분쯤 李용범 노사정위 대변인은 5시에 중재안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변경, "노사 양측이 모두 공개를 원치 않는다" 고 밝혀 협상이 순탄치 않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때부터 "이번이 마지막 협상이며 여기서 합의를 보지 못하면 공멸 (共滅) 한다" 는 중재단의 압박에 노조가 어렵게 정리해고를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변화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5시30분. 1시간 동안 정회를 선언하고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한 노사 양측은 실무위원회를 구성, 세부적인 사안을 합의하도록 회의방식을 바꿨다.

곧이어 중재단이 2백67명 정리해고안을 제시했고 노조가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1백67명에 대해서는 정리해고를 인정하고 추가 해고인원에 대해 협상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강성 노조원 1백여명이 쇠파이프를 들고 본관 로비로 몰려와 한때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 때문에 실무위 회의는 세세한 부분까지 토론과 협상을 거듭하느라 본회의가 예정된 9시를 두시간 가까이 넘기면서 계속됐다.

울산 = 황선윤. 김상우.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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