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자동차 손해배상법 개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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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근 건설교통부가 혼쭐이 났다. 화근 (禍根) 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 .과잉진료.의료비 부당청구.환자 빼돌리기 등 교통사고 환자를 여러 번 울리는 의료시스템과 책임보험금을 턱없이 거둬 막대한 잉여금을 내는 보험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내용이다.

그러나 방향이 샛길로 향했다. 건교부는 ▶환자를 놓고 병원.보험회사가 벌이는 의료비 분쟁을 해소하려면 '분쟁심의원' 을 설립해야 하고 ▶보험회사가 책임보험금을 지급하고 남은 돈의 50%를 교통안전공단이 관리하는 기금에 납부토록 하는 방안을 입법예고했다.

건교부는 이 과정에서 흔한 공청회 한번 안했다. 보다 못한 시민단체들이 나섰고 뒤늦게 '주제발표는 시민단체대표가, 토론은 정부관리가 하는 특이한 공청회' 가 열렸다.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건교부를 질타했다. '심의원' 은 건교부가 산하단체 하나를 더 늘리려는 술책으로, '책임보험 잉여금 기금출연' 은 자동차검사 민영화로 수입이 급감한 직원 1천3백명의 교통안전공단 살아남기 기도로 몰아 부친 것. 건교부 대응논리는 설득력이 없었다.

기금을 교통사고 유자녀 돕기에 쓰겠다고 항변했지만 교통장애인협회 대표는 한마디로 "웃기지 말라" , 변호사는 "헌법소원거리가 또 하나 생길 모양" , 교수는 "보험원리도 모르나" 였다.

재정경제부.금감위.공정거래위원회마저 입법예고안에 명백히 반대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건교부는 한발 물러설 기미다. 의료비 분쟁은 업계 자율로 조정하고 책임보험금이 남으면 보험료를 인하, 또는 보상금을 올려 지급하는 방향으로 내부방침을 선회했다.

시민을 위해 너무나 할 일이 많은 건교부가 과욕으로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는 느낌이 든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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