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춘란배세계선수권] 폭풍 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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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춘란배세계선수권'

<결승 2국>
○·창하오 9단 ●·이창호 9단

제10보(100~111)=동상이몽이다. 흑의 이창호 9단은 백△ 14점을 공격하며 그 탄력으로 자연스레 상변으로 진입하고자 한다. 하지만 백의 창하오 9단은 100으로 패를 밀어붙이며 이곳에 원병이 있는 한 대마는 쉽게 공략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102의 팻감이 하도 따금해 보통 기사라면 아마도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을 것이다. 이창호 9단은 그러나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고통을 감추고 가슴 깊이 밀어넣는다. 결국 103으로 받았다. 그리고 패도 105로 물러섰다. 권투로 치면 계속 잽을 맞고 있다. 106도 눈물 나는 수. 흑이 이런 고통을 참으며 103으로 받은 이유는 모두 상변 때문이다.

한데 이 장면에서 창하오 9단이 손을 빼더니 상변 108로 달려가 버렸다. 대마는 무사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이창호 9단이 대마에 가일수 하기를 종용했지만 창하오는 A나 B의 선수가 있는 한 이 대마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귀쪽의 C에 한 집이 있다는 것도 백의 은근한 자랑이다.

막막하다. 상변이 백의 수중에 떨어지면 집으로는 상대가 안 된다. 그러나 상변에 돌입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것. 이 9단은 차라리 대마 공격에 승부를 걸기로 하고 109로 순순히 집을 지어준 다음 111로 짚어간다. 배짱이 있으면 ‘참고도’처럼 계속 집을 지어라. 그때 2나 C로 공격, 어느 한쪽을 반드시 섬멸시키겠다는 각오다. (104는 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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