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수의 버디잡기]스파르타식 훈련의 허와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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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 국내 골프계는 '박세리 신드롬' 이라고 불리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박세리가 사용했던 클럽과 그녀가 입었던 골프웨어는 물건이 없어 못팔 지경이라는 즐거운 비명 소리도 들린다.

박세리 신드롬 가운데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주니어 골퍼의 급증이다.

방학철을 맞아 요즘 집중적으로 열리고 있는 주니어대회 참가 신청자가 무려 1천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대회당 많아야 5백명 내외였던 게 사실이다.

주니어 골퍼의 급증은 제2의 박세리 출현 가능성을 더욱 크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세리 신드롬 그 이면을 살펴보면 결코 유쾌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중 하나가 스파르타식 교육방법이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스파르타식 골프 교육방법은 각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박세리의 유일한 스승인 그녀의 아버지가 채택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교육전문가가 아닌 프로골퍼의 입장에서 교육방법의 차이에 대한 구체적인 장단점을 논할 처지가 못된다.

그러나 골프 관점에서 본다면 스파르타식 교육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

골프는 즉각적인 근육반응 운동이라기보다는 다양하고 폭넓은 사고 다음에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되는 운동이다.

따라서 골프는 어떤 구기종목보다 유연한 사고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 라운드는 보통 4시간여가 소요된다.

그러나 즉각적인 신체반응은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라운드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동반자와 대화도 나눈다.

또 샷을 결정하기 전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가장 안전한 루트를 택하는 게 골프다.

그래서 골프를 '코스와의 싸움' 혹은 '자연과의 싸움' 이라고 말한다.

좁혀 말한다면 골프는 코스 설계가와 플레이어의 머리싸움인 것이다.

따라서 경직된 사고방식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바로 골프다.

손흥후(안양베네스트GC수석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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