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과 상사원들은 요즘 한.러 관계 현안에 대처하는 정부 당국의 수준에 당혹하고 있다.
조성우 (趙成禹) 참사관 사건 당시 보여준 정부의 협상능력 부재와 일부 공무원의 기강해이, 비 전문가들의 주먹구구식 발언과 정책결정, 러시아 사회에 대한 정보 및 전략부재 등이 이번 러시아의 루블화 평가절하와 모라토리엄 선언 사태를 맞아서도 똑같이 재연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우려다.
상황 발생후 국내 정치권은 즉각 대러 차관회수 방안을 촉구했고 정부는 양국간 채널을 총가동해 차관 조기회수와 현물상환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는 수출상품의 선적을 당분간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을 공표했다.
이에 질세라 수출입지원업무를 맡은 은행들은 러시아은행들이 지급보증한 수출 신용장 (LC) 과 지불보증서 (LG) 는 아예 할인하지 않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교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수출진흥을 책임진 기관이 어떻게 양국관계에 대한 고려없이 수출선적 중단을 권고하고 수출입업무를 지원하는 은행들이 다른나라 은행들과는 달리 무조건 "러시아 것은 할인을 안해주겠다" 는 식의 반응을 보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사실상 조기회수가 불가능해 몇년을 끌어온 경협차관 문제에 대해 마치 우리가 노력하면 조기상환이 가능한 것처럼 다시 거론해 한.러 양국을 자극하는 당국자들의 태도도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발표한 뒤 세계 어느나라도 이와 같은 반응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곳이 없다.
정부나 전문기관의 임무는 평상시보다 위기때 빛이 난다.
김석환(모스크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