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현대자동차,노조-경찰 충돌앞둔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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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부의 중재가 실패로 돌아간 현대자동차 사태는 경찰이 진압 예행연습을 하자 이에 맞서 노조가 사수대를 정문에 배치하는 등 대치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 = 경찰은 집중호우가 쏟아진 18일 새벽 현대자동차 주변에서 '진압훈련' 을 하는 등 경찰력 투입을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훈련 후 철수했던 경찰은 오전 11시부터 정문을 비롯, 곳곳에 병력을 재배치했으며 오후 1시40분부터는 외부인의 회사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또 오후 들어 경찰 헬기 2대가 현대자동차 상공을 선회하며 조합원들의 동정을 살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오전 5시30분쯤 김형진 (金炯鎭) 경찰청차장 지휘로 효문교차로에서 염포삼거리에 이르는 4㎞를 통제한 채 굴착기.방독차.살수차 등과 1백개 중대 1만2천명의 병력을 정문 앞에 배치, 1시간 동안 모의훈련을 벌였다.

경찰은 1단계로 1공장과 정문, 옛 정문으로 병력을 투입시키고 2단계로 여성경찰기동대 1개 중대 1백여명을 동원해 부녀자와 아이 등 가족 농성자를 분리시킨다는 진압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 노조는 사수대를 정문에 집중 배치하는 한편 오후에는 승용차로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경찰 진입에 대비했다.

경찰이 진압훈련을 벌이자 사수대와 농성 중인 노동자 등 2천5백여명은 쇠파이프.소화기 등을 갖고 정문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구호를 외쳤다.

농성 중이던 부녀자 1백여명은 오후 1시 정문 앞에서 "폭력경찰 물러가라" 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을 성토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부터 그랜저 등 차량 40여대로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이 진입하면 폭파시키겠다며 대형 용접용 가스통 1개와 신나통 1개를 설치했다.

노조는 또 오후 7시30분부터 결의대회를 갖고 '정리해고가 철회되지 않는 한 끝까지 투쟁할 것' 을 다짐했다.

◇회사 = 회사측은 전산실 당직자 등 필수요원 5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들을 전원 회사 밖으로 철수시켰다.

이와 함께 폭발 및 화재에 대비해 도장공장을 비롯, 고압가스 저장소와 유류저장소 등에 대해 안전조치를 취했다.

◇ 중재 = 노무현 (盧武鉉) 부총재를 단장으로 한 국민회의 노사지원특위 소속 중재단은 이날 오후 7시 울산에 내려와 비공개리에 노사 양측 관계자를 잇따라 접촉했다.

중재단은 19일 오전 9시에 회사측, 오전 10시에 노조측 관계자를 각각 만나 협상을 통한 막판 타협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이기호 (李起浩) 노동부장관은 이날 새벽 노사정간담회를 끝내고 노사가 양보안을 제출하면 중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으나 노사 양측 모두 성의를 보이지 않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李장관은 이날 오전까지 울산에 남아 마지막 중재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노사 양측의 입장 변화가 없자 예정을 앞당겨 오전 10시 비행기편으로 상경했다.

귀경한 李장관은 과천 노동부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소한의 정리해고는 정부로서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했으며 이 문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태 해결이 어렵다" 고 말했다.

울산 = 황선윤.김상우.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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