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리스 싸움에 기업 '생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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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외화대출금리 인상을 놓고 은행과 리스사간의 공방이 벌어지면서 불똥이 기업으로 튀고 있다.

은행.종금이 리스사에 빌려준 외화대출의 이자율을 올리자 일부 리스사가 이를 기업에 대한 리스료 인상으로 떠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A기업은 최근 거래 리스사로부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해 그동안 리보 (런던 은행간금리) +0.5% 수준이던 리스료를 9월부터는 리보+4%포인트로 올리게 됐다" 는 통보를 받았다며 "리스사 요구대로 리스료를 올려주면 올해안에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스사는 "은행.종금사에서 빌린 외화대출금의 이자 인상분을 떠안을 여력이 없다" 며 리스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일방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린 은행과 종금사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외화대출 금리인상 = 은행과 종금사들은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외화조달금리가 크게 오르자 올초부터 리스사에 빌려준 외화대출 금리를 2~5%포인트와 7~8%포인트씩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은행권은 리스사들이 7개월째 이같은 조처를 거부하자 그동안 내지 않은 이자를 연체로 간주, 리스사를 신용불량 대상인 적색거래처로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리스사 입장 = 리스사들은 은행권이 대출기간중 금리를 일방적으로 올린 것은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은행권이 ▶단기로 외화자금을 조달한 잘못이 있는데다 ▶한은 지원자금에 대한 벌칙금리를 떠넘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당사자끼리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며 일단 발을 빼고 있다.

여신전문금융협회의 한 관계자는 "존폐위기에 몰린 리스사들이 9천억원에 이르는 추가 이자부담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고 밝혔다.

◇기업 피해 우려 = 일부 리스사들은 벌써 은행권의 금리인상 요구가 관철될 경우 인상분 만큼 리스료를 올리겠다는 방침을 거래기업에 통보했다.

다른 리스사들도 외화대출 금리가 오르면 리스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종금사와 리스사들 모두 자신은 한푼도 손해보지 않고 모든 부담을 기업에 떠넘기겠다는 심산이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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