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지 사상최악…1,000원어치 팔아 31원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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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의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12월 결산 상장기업들이 올 상반기중 무려 13조6천억원의 적자를 기록,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을 나타냈다.

특히 30대 그룹중 12월 결산사가 없거나 반기실적을 제출치 않은 뉴코아.강원산업.해태를 뺀 27개 그룹중 3분의2인 18개 그룹이 적자를 기록했다.

16일 증권거래소가 12월 결산 5백43개사의 상반기 결산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백5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3.53% 늘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2조4천억원 흑자에서 13조6천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증가로 매출은 늘었지만 금융비용 증가와 원자재 가격 오름세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전체 상장사 가운데 1백56개사가 적자로 전환되는 등 총 2백10개사가 적자를 냈다.

특히 부실채권이 급증해 대손충당금을 쌓느라 6조6천억원의 적자를 낸 21개 은행과 6조1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기아.아시아자동차의 적자가 무려 12조7천억원에 이르러 상반기 전체 적자의 92.9%를 차지했다.

은행을 뺀 상장기업들은 1천원어치를 팔아 31원의 손해를 보는 실속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30대 그룹 가운데 삼성.SK.한진 등 9개 그룹만 흑자를 냈고 현대.대우.LG 등 13개 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었다.

한편 은행을 제외한 기업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보다 4%포인트 낮아진 3백48.06%로 나타났으며, 30대 그룹의 부채 비율은 4백12.6%로 지난해 말보다 35.87%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정부의 부채비율 축소 요구에 맞춰 기업들이 차입금 줄이기에 나선 데다 5월 이후 환율.금리의 하향 안정세로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다소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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