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일 만에 75분 회의한 문방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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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분간도 정상적인 회의는 아니었다. 한걸음도 논의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토론을 하자”는 한나라당과 “의사일정 합의부터가 먼저”란 민주당의 주장이 반복됐을 뿐이다. 개의부터 쉽지 않았다. 오전 10시10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서자 의원총회에 참석 중이던 민주당 의원들이 부랴부랴 뒤따랐다. 곧 위원장 주변이 사람들로 뒤엉켰다.

▶고흥길 위원장=“회의를 하자.”

▶전병헌 민주당 간사=“ 원내대표 간 협의가 진행될 때까지 참을 수 있는 게 아니냐.”

▶나경원 한나라당 간사=“여덟 번이나 개의 요구를 했고 이제야 연 회의다. 진정한 등원이라면 회의를 시작하자.”

▶전 간사=“우리가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하다니, 의회독재다.”

한바탕 실랑이 끝에 일단 회의부터 열기로 했다. 하지만 불과 4분짜리 회의였다. 고 위원장은 “오늘부터 (미디어법안에 대한) 끝장토론을 하려 했는데”라며 “3당 간사 간 일정협의를 위해 잠시 정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곤 전 간사를 향해 “됐지, 불만 없지”라고 했다. 이후 고 위원장과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만났다. 이 원내대표는 “오늘 3당 원내대표가 일정 협의에 들어가니 그때까지만 문방위 회의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오전 10시38분 회의가 속개됐다. 고 위원장이 “원내대표 간 회의를 지켜보고 속개 여부를 결정하겠다. 정회를 선포하려고 한다”고 하자 여당 의원들이 “상임위 논의는 시작해야 한다”고 들고 일어났다.

▶김효재(한나라당) 의원=“여야 원내대표 간 논의와 별개로 찬반토론은 해야 한다.”

▶장세환(민주당) 의원=“ 일정부터 합의하자.”

▶정병국(한나라당) 의원=“지금까지 놀았으면 됐다. 여기서도 논의하지 않겠다면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이다.”

▶서갑원(민주당) 의원=“합의가 있어야 한다. 국회 정상화 첫날이 찬물을 끼얹는 날이 돼선 안 된다.”

▶김금래(한나라당) 의원=“국회의원이 전 국민의 껌이다. 3월 여야 합의한 대로 표결처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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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창조한국당의 법안이 상정됐다. 14분 뒤 민주당의 안도 상정됐다. 같은 논쟁을 거듭한 끝에 2차 회의는 71분 만에 끝났다.

오후 3시50분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회의장 출입구를 막았다. 회의 속개 예정 시간을 불과 10분여 앞둔 때였다. 전병헌 간사는 “간사 간 협의가 진정으로 진행되기 전엔 (회의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후 간사 협의를 통해 14일 오후 2시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고정애·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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