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신청 사학 17곳 재정능력 ‘바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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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전환을 신청한 전국 37개 사립고 중 17곳은 기준 법정부담금도 못 낼 정도로 재정이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부담금은 사학법인이 반드시 내야 할 교사의 연금·건강보험·재해보상부담금을 말한다. 재단이 내지 못한 돈은 시·도교육청이 떠안게 돼 있다.

특히 자율고 지정 요건인 등록금 대비 법인전입금 비율(3~5%)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교도 12곳이나 됐다. 서울은 여섯 곳, 부산·광주·전북·경북·경남은 각각 한 곳이다.

이는 한나라당 박보환 의원이 13일 ‘2008년 세입결산’을 기준으로 자율고 신청 사립고 37곳의 재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이날 접수를 마감한 대전 두 곳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자율고 30개 지정 목표를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교육청은 14일, 다른 시·도는 이달 중 자율고를 지정할 예정이다.

지방은 법정부담금을 완납한 학교가 세 곳(해운대고·계성고·안산동산고)에 불과했다. 서울 보인고는 지난해 법인부담금 중 건강보험료 부담금만 1000만원을 냈을 뿐 나머지는 서울시에서 지원받았다. 이 학교의 한 해 재산 수입(임대료 등)은 3000만원에 불과해 정부로부터 받은 재정결함보조금은 23억원에 달한다.

등록금 대비 법인전입금 비율도 턱없이 낮은 학교가 많았다. 서울에서는 영일고가 0.3%로 가장 낮았 다. 전북 남성고는 0.18%로 전국 최하위였고, 부산 동래여고·광주 송원고 등 네 곳은 1%도 채우지 못했다.

박 의원은 “신청서를 낸 학교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부실 선정이 우려된다”며 “지금처럼 학생선발권도 없고 재정 능력도 없는 학교를 선정하면 절름발이 학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과부 성삼제 학교제도기획과장은 “학교가 재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올해 지정은 하되 준비가 되는 내후년인 2011년 이후 자율고로 전환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사립학교 1546개 중 90.8%인 1403곳이 법인부담금을 채우지 못했다.

이원진·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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