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띄는 행진스타]청각장애인 이석영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가슴에 담은 따뜻한 동포애를 전국의 장애인과 고통받는 이웃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 청각장애인으로 이번 4천리 전국 순례에 도전하는 이석영 (李錫永.33.경기안산시일동) 씨. 16일동안 1천6백리를 걸어 다리가 붓고 온몸이 쑤시지만 李씨는 뒤쳐진 사람들을 격려하고 가방을 대신 들어줄 정도로 순례단의 믿음직스런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애칭은 '선물 보따리. ' 행진자들이 지친 모습을 보이면 슬며시 다가가 허리가방에서 사탕이며 초콜렛을 꺼내 쥐어주기 때문에 부쳐졌다.

서울 영락 농아인교회 청각장애인 선후배 4백여명이 후원금을 모으기로 했고, 전국의 청각장애인들이 각 지역에서 발걸음을 같이 하기로 한 것도 李씨에게는 큰 힘. 하지만 李씨에게는 어려움이 하나 있다.

당초 수화 (手話) 를 해주기로 약속했던 자원봉사자가 직장문제 등으로 참가하지 못한 것. 행사본부측도 이 사실을 알고 긴급히 자원봉사자를 구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진행요원과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李씨가 속한 4조 조장 고동현 (高東玄.32.대전시법동) 씨 등은 행진중 수화를 배우는 가슴뭉클한 동료애를 발휘하고 있다.

부산 = 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