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차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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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새로 펼친 화선지에 헐벗은 나무 대여섯

오두막집 찾아가는 가파른 오솔길과

갈기를 세워 달리는 능선도 그려 넣다.

눈 위에 또 눈이 내려 잠시 붓을 멈춘다.

여백마다 채워 넣던 풍경들이 지워지고

지나 온 길과 길들이 하얗게 드러눕다.

길가에 내려서서 눈발 속을 헤집는다

눈사람 하나 없는 까마득한 망망대해

속마저 젖은 사내가 소실점으로 서 있다.

눈 멎고 햇살 들자 길들이 다시 걷는다

수묵으로 남은 화판 연둣빛 대담한 터치

붓 자국 스칠 때마다 풀잎들이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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