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참변 송추유원지 주민 2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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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수마 (水魔) 는 지극한 효심도 외면했다.

자식들은 부모를 덮친 흙더미 앞에서 넋놓아 울었다.

지난 6일 새벽 경기도양주군장흥면 송추유원지. 오전 4시쯤 權모 (32)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D식당의 전기가 끊기자 어머니 (61) 를 모시고 정전이 되지않은 부근 한성식당으로 옮겨갔다.

같은 시간 한성식당 아래쪽 S식당 주인 姜모 (63) 씨의 딸 (25) 도 정전과 함께 불어난 계곡물이 방안까지 밀려들자 부모와 함께 역시 한성식당으로 갔다.

한차례 피난소동이 끝난 뒤 담배 생각이 난 權씨는 어머니 앞을 피해 식당밖으로 나왔고 姜씨의 딸 역시 부모가 덮을 이불을 가지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5분 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내린 산이 한성식당을 덮쳤다.

權씨는 절반이나 남은 담배를 입에 문 채, 姜씨는 두 손에 들고 있던 이불을 떨어뜨린 채 혈육을 덮친 흙더미만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한편 빗물과 어둠을 피해 자신의 가게로 몰려든 이웃들과 방을 나눈 한성식당 주인 姜모 (37) 씨는 방 정돈이 되기를 기다리며 아들 (11) 과 함께 문밖에 서있다가 참변을 면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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