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권경쟁 다시 4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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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당권경쟁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

'이기택 (李基澤) 총재대행' 이라는 변수에 서청원 (徐淸源) 사무총장이 뛰어들 게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徐총장은 오는 12일 정치평론집 '카리스마의 시대는 끝났다' 출판기념회를 출정식으로 삼을 참이다. 그가 출마한다면 4파전이 된다.

경선 판도도 더욱 복잡하게 얽히게 될것이다.

강재섭 (姜在涉) 의원의 출마포기로 주춤하던 세대교체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 총재경선은 당권파와 비당권파, 그리고 세대교체론을 앞세운 제3그룹 등 3각대립 구도가 될 전망이다.

徐총장의 참여는 표면적으론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에 대항하는, 반대주자가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이한동 (李漢東).김덕룡 (金德龍) 의원 등 당권파와 徐총장이 연대할 경우 반 (反) 이회창연대는 상당한 힘을 받을 수도 있다.

李명예총재측이 부담을 느끼는 이유다.

반면 徐총장이 끼어드는 게 오히려 당권파 내부의 제살깎기 경쟁으로 끝날 소지도 있다.

徐총장의 지지기반이 서울.수도권 등에 집중되고 있어 중부권 쟁탈을 놓고 3인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그래서 李권한대행이 더 비중을 갖게 됐다.

민주당계 소속 의원.위원장모임인 민주동우회가 6, 7일 합숙연수를 갖고 전당대회에서의 '역할론' 을 결의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직 관망중" 이라는 이들의 말속에는 이번 기회를 재기의 확실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뜻이 담겨있다.

李대행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계보특성상 캐스팅보트를 쥐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李명예총재측은 "민주당계가 결국 이기는 쪽의 손을 들어줄 것" 이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최악의 경우 李대행이 중립만 지켜준다면 손해볼 게 없다는 생각이다.

반면 이한동의원측은 "李대행 내외의 마음이 우리쪽으로 돌아섰다" 며 모종의 합의가 있었음을 내비쳤다.

2선으로 물러난 조순 (趙淳) 총재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도 관심사다.

강원도 대의원 확보는 실리도 실리려니와 상징적 의미도 크다.

이한동 - 조순 연계설을 흘리는 것이나, 徐총장이 "출마해보라" 는 趙총재의 권유를 사실상의 지지로 해석하려는 것은 중도적 관망파인 대의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10일로 예정된 총무 경선에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권경쟁의 전초전이 되리란 판단에서다.

李명예총재측에서 김중위 (金重緯).박희태 (朴熺太).목요상 (睦堯相).김호일 (金浩一) 의원 등이 후보로 뛰고 있다.

이한동계의 정창화 (鄭昌和) 의원과 김덕룡계의 이규택 (李揆澤) 의원도 나서고 있어, '빅3' 의 한판 대리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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