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 총재권한대행의 한나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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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기택 부총재가 '한나라 호 (號)' 의 임시 선장이 됐다.

임시이긴 하지만 전당대회가 열리는 오는 31일까지는 당운영의 전권 (全權) 을 쥔 셈이므로 권한은 결코 작은 게 아니다.

그 자신도 "권한대행은 법적 용어일 뿐 정치적으로는 총재와 같은 의미" 라며 의욕을 보였다.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그가 풀어야 할 숙제는 간단치 않다.

임시국회 대책 등 대여 문제에다 당체제 정비 등 안팎으로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있다.

우선 새로 뽑아야할 원내총무의 선출방법을 두고 벌써부터 당내 이견이 분분하다.

당헌대로 경선을 통해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급한대로 '총무권한대행' 체제로 가자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부의장 후보 선출도 간단찮은 부분이다.

후보를 내놔야 하는데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총재경선을 앞두고 계파간 이해가 첨예한 상태라 특정 후보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는 형편이다.

당 의사결정 채널을 어떻게 정립할지도 문제다.

부총재들이 모두 사퇴한 상태라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직할 (直轄) 체제' 에 의한 당 운영도 가능한 상황. 하지만 총재대행체제 자체에 불만을 품고 있는 상당수 의원들은 당무회의 활성화를 통해 李대행의 독주를 막을 태세다.

그에게 맡겨진 가장 큰 짐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를 어떻게 치르느냐다.

이는 30여명의 지구당위원장을 거느리고 더부살이를 해온 계파 보스로서의 입장과 '관리자' 로서의 권한대행 위치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문제다.

당내에는 그가 공정한 '관리자' 역할에 머무를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취임사에서 "정치집단에서 어떤 자리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교과서 구절은 없다" 고 한자락을 깔아뒀다.

'중립자' 로서의 역할을 사실상 거부한 발언이어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공산도 크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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