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 살릴 길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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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출이 매우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

7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7%나 줄어들었다.

수출은 지금 우리나라 경제에서 단 하나 남은 탈출 창문이다.

그리고 양쪽 날을 가진 칼 역할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말할 것도 없이 외환위기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달러를 벌어들이는 역할이다.

다른 하나는 투자와 소비, 이 두 부문의 국내수요가 구조개혁 등 여파로 급격하게 위축하고 있는 요즘 이를 대신할 유일한 보충 수요로서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수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아시아 시장, 나아가서 세계경제의 위축에 있다.

특히 일본.중국.동남아 각국의 외환.금융위기와 경제 위축의 극복은 다른 나라 경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를 위해서 긴급하고 절실하다.

여기에는 국제적 공조 (共助)가 필요하다.

특히 하락하고 있는 일본 엔화의 가치를 복원시키고 중국 위안화의 불안정한 미래를 안정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일본 엔화의 폭락은 한국상품의 대일 (對日) 수출뿐만 아니라 제3국에 대한 수출도 가로막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상품에 대한 한국의 수입 능력이 줄어든다.

수출 수요마저 경색되면 한국경제는 수요 부족으로 인한 생산기반 축소의 악순환 과정에 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미 이 과정은 시작됐다.

7월의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3.7%나 감소했다.

1년 사이에 이런 급격한 감소가 일어난다는 것은 혹 우리 경제가 공황에 들어서지 않았나 의심하게 한다.

무역수지흑자 요인의 확대로 여겨 이를 환영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하다.

오히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원화의 대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수출경쟁력을 또 한번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구조개혁에만 매진할 것이 아니라 경기정책도 병행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에 들어가 있다.

특히 은행의 구조개혁 때문에 수출금융이 막히는 일은 이쯤에서 적극, 그리고 즉각 개선해야 한다.

안 그래도 어려워진 수출이 금융 애로 때문에 더 어렵게 돼 있는 것을 방치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이제 와서 수출금융이 방만한 금융관행의 수도꼭지를 다시 활짝 여는 계기가 되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으로 건전금융을 빌미로 금융의 가장 기초적 본령인 무역금융과 단기운전자금 금융마저 손놓고 있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출금융의 경색이 수출 애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지금의 금융개혁이 방법론상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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