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5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대중대통령이 주선한 청와대 만찬자리에서다. 물론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우여곡절 많은 우리 정치사다.
이날 만찬에서 무거운 정치적 대화는 없었다. 부부가 함께 한 자리였다는 이유도 있다.
金대통령 입장에선 정치적 대화가 거추장스러웠을지 모른다. 괜한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치적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 모양새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예고된 국정운영의 전반적 변화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8.15를 기해 제2의 건국선언을 할 예정이다. 선언의 요체는 '미래지향' .당연히 과거에 대한 정리도 있다. 그러나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과거의 계승.극복이다. 이강래정무수석은 "과거와 단절하지 않고 계승.극복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자는 게 제2건국 선언의 취지" 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이날 만찬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국민통합. 동서 (東西) 의 화합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계층간 화해도 바라고 있다. 이날의 청와대 만찬은 그 첫 단추인 셈이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의 모임이 지나치게 확대해석되는 것은 원치 않았다.
자칫 특정인에 대한 정치적 사면 등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그 경우 예기찮은 분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그것은 청와대가 추구하는 국민통합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이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