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때’ 못 벗은 그들 남한 고기는 안 먹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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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교육을 받는 탈북자들. [박종근 기자]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에 위치한 북한이탈주민(탈북자) 정착교육 시설인 하나원. 국가보안 ‘가’급 시설로 지정돼 베일에 싸여 있던 하나원이 8일 개원 10주년을 맞아 언론에 공개됐다. 현재 탈북자는 1만6000여 명. 지난 10년간 이곳을 거쳐간 인원은 1만4297명(87.1%)에 이른다.

하나원에선 12주 동안 420시간에 걸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교육를 비롯해 컴퓨터와 제과·제빵 등 직업교육을 진행한다.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에 예행연습을 하는 셈이다. 주민등록번호도 이곳에서 부여돼 탈북자들에겐 제2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통일부는 안성의 본원(수용능력 750명) 외에 양주의 분원(250명)도 운영 중이다. 이 중 안성 본원은 여성 탈북자 전용이다. 여성 탈북자들이 전체의 76%를 차지하기 때문에 여성 전용으로 지정했다.

기자는 592명이 교육을 받고 있는 안성 본원을 찾아 교육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1시간가량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탈북자들은 “우리 북한”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하는 등 아직은 ‘북한 때’를 벗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고기도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식당 관계자는 “남한의 고기는 모두 미국산이어서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 있다고 북한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1월 탈북했다는 한 여성은 “(북한에선 배급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국가가 제공하는 배급이나 노임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자체로 장사를 하거나 농사를 지어서 먹고산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어 “한 달 월급은 1500원을 받지만 실제 생활비는 2만원가량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생들은 자신의 모습이 노출되는 걸 꺼렸다. 카메라 기자가 다가가자 “찍지 말아요”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자신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돼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란 게 하나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탈북자 위한 예산·법률 지원할 것”=개원 10주년 기념행사에는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박진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장, 이홍구 통일고문회의 의장, 김문수 경기지사, 여야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진 위원장은 “예산과 법률 제정 등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용수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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