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춘란배세계선수권] 고난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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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춘란배세계선수권'

<결승2국>
○·창하오 9단 ●·이창호 9단

제6보(49~60)=중앙을 막아 세력을 쌓고자 했으나 백은 빵때림을 하며 깨버렸다. 그 대가로 하변을 취하려 했으나 그마저 안 된다고 나온다(백△). 흑의 길이 자꾸 막히고 있다. 바둑은 그리 불리할 것도 없지만 흐름만 본다면 참 안 풀리는 바둑이다.

백△를 ‘참고도’ 흑1처럼 우격다짐으로 처리하려다간 큰일 난다. 백2-6까지 흑이 거꾸로 잡히게 된다. ‘참고도2’ 흑1도 역시 안 되는 수. 53으로 모는 것은 기세이자 이 한 수. 백도 기다렸다는 듯이 54의 패로 맞섰다. 패는 절반의 권리가 있다지만 양측의 입장은 천양지차다. 백에겐 공짜 패 비슷하지만 흑은 지는 날엔 천지가 무너진다.

55 따냈을 때 창하오 9단이 56으로 아주 쉽게 두는 바람에 구경꾼들은 또 한번 놀랐다. 57(◎ 자리)로 이으며 이창호 9단도 편한 감이 들었으리라. 사실은 백이 좀 더 강하게, 예를 들어 A 같은 곳으로 패를 써 와도 흑은 받기 힘들다고 한다. 그럼에도 창하오는 가장 쉽게 뒀다. 하변 흑 집은 B의 뒷문이 터져 있다는 것. 그러니 이 정도로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56에서 묻어난다.

형세가 잘 풀리면 다음 수가 쉽고 형세가 안 풀리면 다음 수가 어렵다. 58의 양 협공은 쉬운데 흑의 응수는 어렵기 그지없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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