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기 왕위전]이창호 - 조훈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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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여전히 남는 의문

총보 (1~217) =검토실에 와있던 유창혁9단은 曺9단이 183으로 실족하자 빙그레 웃으며 자리를 떴고 입회인 김인9단은 "曺9단도 이런 실수를 하는군" 하며 웃고 있다.

조훈현이란 사람은 수를 빨리 보는데 귀신이고, 수를 잘 내는데 귀신이고, 남의 실수를 번개같이 응징하는데 귀신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모두 웃고 있었으나 사람들은 183에서 뭔지 모를 이상징후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수에서는 '세월' 이라 불리는 막강한 녀석이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었다.

李왕위가 184로 뭉툭하게 올라서자 183의 퇴로는 끊겼다.

검토실에선 '참고도' 백1을 예상했으나 李왕위는 A에 둔 것이다.

서봉수9단은 "단단하다. 이창호답다" 라며 머리를 끄덕였다.

이런 것들은 사실은 승부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 판은 흑이 63의 방향착오를 범한 데 이어 좌하귀에서 수를 낸 것이 실수여서 백100 무렵에는 백의 승세가 결정됐다.

그리하여 217수에서 끝나 백이 4집반을 이겼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여전히 머리 한쪽에 남아 있다.

흑121은 曺9단이 몇번이나 후회한 큰 실수였으니까 최소 2집쯤 손해본 것으로 단정할 수 있다. 146에 끊지않은 141도 1집 손해이고 마지막의 183도 1집 손해. 이것들을 합하면 4집이니까 결국 승부는 백100의 시점에서 반집승부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집이란 흔히 운으로 통한다.

그러나 100의 시점에서 흑이 이기는 코스를 찾을 수 없었으니 묘한 일이다 (72=61, 166=13, 217=104) .217수 끝, 백 4집반 승.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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