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길잡이]국부론…계획경제와 조화에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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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학이 논술고사에서 고전을 선호하는 이유는 청소년기에 반드시 고민해야봐야 할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논제를 찾기 위해서다.

그럼으로써 시사적인 쟁점을 재빨리 외워 답안을 작성하는 학습행태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고전에 대해 전혀 접근해보지 못한 수험생들에게는 고전을 읽는 행위 자체가 새로운 고통이다. 이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어떤 고전을 읽어야 하나" 라고 문의하고 있다.

고전마저 과거처럼 몇권을 '찍어' 준비하겠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지만 고교교육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고전이라고 해서 수험생들이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제시문을 출제하지는 않는다. 배경지식과 기본적인 독서력을 가진 수험생이면 충분히 해득할 수 있는 제시문을 출제하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좋은 논술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고전을 무작정 읽는 것보다 현재의 시사적인 문제와 관련해 이론적 배경지식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부론' 도 현재의 시사적인 문제와 관련해 이론적 배경이 되는 고전이다.

현재의 시장이 자율적인 조정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합리성' 에 기초해 공익 (公益) 과 사익 (私益) 을 조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현재 한국경제의 개혁에서도 주요한 흐름중 하나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자유방임의 시장경제를 주장함으로써 고전경제학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다.

그는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분권화되고 민주적인 사회질서가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낡은 봉건적 관습이나 중앙정부의 계획 없이도 시장에서 '개인의 이기적 욕망' 과 '국부의 증진' 이라는 공동선 (共同善) 이 '보이지 않는 손' 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작은 정부가 이상적이라 보고 정부는 최소한의 치안유지를 위한 임무만을 담당해야 한다고 보았다.

반대로 현재의 경제개혁을 수행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뉴딜정책과 같이 공공정책에 의해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스의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따라서 '국부론' 과 관련해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과 '시장의 자율성' 을 주장하는 고전적 제시문을 주고 양자중 어떤 것이 현재 경제개혁에 대한 올바른 입장인가를 물을 수 있다.

이 고전은 올해 고려대 '가' 군 인문계 논제에서도 출제됐었다. 바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에서 국가에 권리를 양도함으로써 생명보존 및 만족스런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 는 '리바이어던' 의 주장과 대비해 국제금융.무역.전쟁.환경.인권 등 현대적 사안에 적용해보라는 논제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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