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어떻게 될까]달러수요 꽁꽁…하락요인 즐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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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하루 환율 등락폭이 시가 (始價) 의 7.1%인 85원에 달한 것은 국내 외환시장의 규모가 그만큼 작기 때문이다.

하루 거래량이 11억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보니 1억달러정도의 외화가 갑자기 움직여도 환율이 널뛰기를 하는 '냄비장세' 가 된다는 것이다.

28일 환율이 큰 폭의 등락세를 보인 것도 홍콩.유럽계 일부 외국 금융기관들이 주식 판 돈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수천만 달러를 사들이면서 촉발된 것으로 외환딜러들은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외환거래 개방폭 확대에 따라 해외 핫머니 (단기 투기성 자금)가 국내에 빈번하게 들락거릴 경우 국내 외환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편 이날 환율이 전날보다 오른 상태로 거래가 마감되기는 했지만 환율하락 압력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외환딜러들은 보고 있다.

우선 국내기업 계열사.사업부문 매각대금이 속속 유입되고 있는데다 국내 은행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도 줄줄이 예정돼 있는 등 공급물량이 많다.

게다가 월말 결제자금 확보를 위해 수출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대거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에 반해 달러수요는 투자.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입이 줄어 예년의 50%안팎에 불과한 상태다.

외환은행 딜러 이주호씨는 "국내 외환시장은 투기거래가 거의 없는 실수요위주 시장이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이 바로 환율에 반영된다" 며 "당분간은 달러 공급이 수요를 훨씬 웃도는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환율 하락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 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가파른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달러당 1천2백원이라는 숫자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크다.

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28일 오전에도 일부 시중은행들이 달러 팔자에 나섰다가 외국계 은행들이 달러를 사들이자 당국의 시장개입이 시작된 것으로 착각, 일제히 달러 사자로 돌아서 환율이 급등했던 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의 역송금도 변수다.

더욱이 최근 들어온 홍콩.유럽계 자금은 단기자금이 많아 환율 하락폭이 클 경우 환차익을 얻기 위해 바로 달러로 바꿔 송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율은 1천2백원 안팎에서 몇차례 등락을 거듭하며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는 딜러들이 많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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