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 간담회 의미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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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26일 밤 열린 1차 정부.재계 간담회는 정부와 5대 그룹.학계가 모처럼 머리를 맞대고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한 자리였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발표문에서도 나타났듯 사실상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실천방안에서는 상당한 입장차가 있었다.

이번 간담회에서 정부측은 '빅딜' 을 다시 요구했다.

하지만 5대 그룹은 빅딜 원칙을 수용하면서도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각론에 들어가면 간단치 않은 일이라고 맞섰다.

李장관은 27일 "일부 진전이 있으나 아직 구체적 실행단계까지 와있지 않은 것 같다" 고 밝혀 빅딜 논의가 시원치 않음을 인정했다.

또 5대 그룹은 2000년 3월까지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하는 데는 반대가 없었지만, 내년 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이하로 줄이는 데는 난색을 표했다.

강봉균 (康奉均)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부와 5대 그룹이 시각차를 줄이기 위한 첫 만남" 이라며 "앞으로 계속 만나면서 입장을 좁혀나갈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해 진통이 있음을 완곡하게 전했다.

간담회라는 절차를 정부가 '명분쌓기용' 으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5대 그룹에 정부 입장을 전달하고,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아야 나중에 강수를 둬도 명분이 선다" 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이견이 있지만 결국은 5대 그룹이 빅딜을 포함한 구조조정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며 "자율적으로 추진하느냐, 아니면 정부에 이끌려 추진하느냐의 차이만 남았다" 고 말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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