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춘란배 세계선수권] 창하오, 날이 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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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춘란배 세계선수권'

<결승 2국>
○·창하오 9단 ●·이창호 9단

제5보(37~48)=끊기면 약해진다. 대세력의 꿈은 백△의 절단으로 물거품이 됐다. 39로 뚫고 나가는 이창호 9단의 손끝에서 고통이 감지된다. 고난의 세월이 시작된 것이다. 41쪽은 완벽하게 틀어막혔다. 그걸로 절반쯤 위안을 해야 하는 걸까. 44의 절단도 좋은 수순. 기회를 잡은 창하오 9단의 손끝에선 희열이 감지된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바둑이 뭔가 근사한 곳을 향해 가고 있을 때 느껴지는 기쁨과 안도감. 이때 감각은 예민해지고 집중력은 고조된다. 고수들이 짜릿한 스릴과 행복을 맛보는 순간이다.

흑은 ‘참고도 1’처럼 한 점을 살릴 수 없다. 4로 막히는 수가 너무도 통렬하기 때문이다. A도 선수여서 백은 이미 살았다. 집도, 공격 대상도 사라진 이 그림을 흑은 도저히 채택할 수 없다. 이창호 9단은 고심 끝에 45로 변신한다(‘참고도 2’는 흑이 좋다). 46의 빵때림이 속상하지만 47로 하변을 제압한다면 대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하오 9단이 즉각 48로 움직여 오는 바람에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요즘 창하오의 바둑에 날이 섰다. 이창호 쪽이 ‘계산’에서 ‘전투 불사’로 변하자 ‘수읽기’를 바탕으로 하는 창하오의 바둑이 힘을 쓰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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