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토픽]행정전산망 '음력생일 버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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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남편과 사별한 K씨 (62.충남보령시목장동) 는 재산상속을 위해 서류를 떼러 동사무소에 들렀다가 자신의 주민번호가 '실종' 됐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동사무소 직원의 해명인즉슨 컴퓨터가 음력생일로 된 K씨의 주민번호를 읽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K씨의 주민번호 앞자리는 360230.양력을 일자의 기준으로 삼는 컴퓨터가 2월30일을 인식하지 못하고 에러 메시지만 떠올렸던 것이다.

최근 J씨 (28.경기군포시광정동) 도 컴퓨터가 '700229' 로 시작되는 그의 주민번호 앞자리를 읽지 못해 주민등록등본을 떼는데 곤욕을 겪어야 했다. 음력 2월 29, 30일 생일을 주민번호 앞자리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불편 호소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행정.금융전산망 보급이 확대되면서 과거 수작업 (手作業) 때 드러나지 않았던 컴퓨터의 음력일자 인식 문제가 골치거리로 떠오른 것. 천문대 집계결과 이같은 문제로 음.양력 대조신청을 한 경우가 올 상반기에만 23건. 음력생일의 양력일자를 파악, 법원 등에 주민번호 변경신청을 내기 위해서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대조신청이 늘어나더니 올해는 더하다" 며 "행정.금융전산망 보급이 완료되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이런 문제가 지속될 것 같다" 고 말했다.

인구학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음력 2월말일에 태어난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수만명 규모. 이들은 은행에서 통장 만들기도 쉽지 않아 주민번호 변경이 불가피한 실정. 천문대 김봉규연구원은 "이런 현상은 서구는 물론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며 "주민번호는 정부가 양력기준으로 등록하도록 유도해야할 것" 이라고 말했다.

주민번호 변경을 하려면 천문대 (042 - 865 - 3332)에서 생일의 양력일 대조증명 (수수료 5백원, 9월부터 1천원) 을 뗀후, 관할 법원에 경정신청을 내면 된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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