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시청자 칼럼' 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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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밤 11시50분부터 5분. KBS - 1 TV '시청자칼럼 우리 사는 세상' (연출 박혜령) 을 보자. 재미는 일단 시청자 제보를 기본으로 하는 데서 오는 밀착감이다. '작은 권리 찾기' '생활실험실' '생각 하나 행동 하나' 등은 자잘한 일상의 불만과 건의사항을 담는다.

잘못 부과된 차량취득세 2만2천원을 찾으러 소송을 걸고, 전화카드 40장과 빈 음료수병을 가지고 '수거보상제' 와 '빈병 보증금' 문제를 들이댄다.

우리 영문 표기가 외국인들에게 잘못 읽히는 것을 지적한 '거북선과 가이북선의 차이' 는 그중 압권이었다.

'쉰댕' (신당) '욕샘' (역삼) 등 지명은 말할 것 없고 '거북선' 을 두고 '가이북선' '지오벅선' 으로, '이성계' 를 심지어는 '야이송가이' 로 발음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폭소 속의 교훈' 그 자체였다.

일주일에 1~2회는 휴먼 다큐물에 할애한다.

제자들을 위해 1인1수 (樹) 갖기를 하는 서울대 오병남교수, 아픈 몸으로 군대 간 아들에게 병역비리에 대한 심경을 적은 어머니의 편지, 버려진 아이들의 후원자를 찾는 성가정 입양원 등.

"시청자들의 작지만 큰 노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 는 박PD의 말. 하지만 방송에서 아름다운 건 작은 것보단 시청률이 높은 것이니. (이 프로는 줄곧 평균시청률 10% 미만이다) 엉뚱하고 비현실적인 생각 하나. 9시 뉴스 바로 전에 편성을 해보면 어떨까.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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