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때문에 상처받은 일이 생겼을 때, 외롭고 쓸쓸해질 때, 우울하고 막막해서 마음의 손마저 차가워질 때, 나는 사진첩을 펼치리라. 사진첩을 들여다보다 보면, 친구를 만나로 기차 타고 가는 것처럼, 나, 따뜻해지리라" 며 시인 안도현씨가 우리를 낡은 사진 앨범에 태워 추억여행에 초대하고 있다.
안씨가 자신의 가족사진 앨범을 보여주며 사진마다의 추억과,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정겹게 해설한 '사진첩' 을 펴낸 것 (거리문학제刊) . 부모의 결혼 사진에서부터 60년대 초반 시인의 첫돌과 개구장이.초등학교 입학.소풍.중고등학교 시절까지 10여점의 빛 바랜 사진을 보여주며 안씨 특유의 숭숭 뚫린 산문으로 시간의 이쪽 저쪽을 뛰어넘으며 지난 삶의 소중한 의미를 일깨우고 있다.
41년전 외가 마당에서 찍은 부모의 사진을 보며 안씨는 이렇게 몽상한다.
이 사진 속에 나는 없다.
그때 나는 한 줌의 바람이었거나 햇빛, 한 점의 미세한 먼지, 그도 저도 아니면 그저 한 조각의 푸른 하늘빛이었을 것이다.
내 어깨 너머로 바라보며 '또 할머니 결혼 사진이구나' 하는 일곱살박이 아들.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난 사진 속 스물네살의 할아버지와 사진 밖의 어린 아들 사이에 내가 있음을 느낀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현재진행형의 내가 앉아 있다. 나는 그 둘을 연결하는 노끈일까. 사진 속에 서 있는 신랑과 신부를 다시 살펴본다.
아 저 둘 사이의 간격. 몸과 몸, 마음과 마음이 닿을 듯 말 듯한 저 원초적 순결성의 간격을… 이라고. 옛 사진을 통해 안씨는 과거도 현재도 아닌 영원한 현재진행형으로서 삶의 원형을 우리에게 돌려주고 있다.
현대인이 잃어버린 원초적 순결성의 간격,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이의 예의와 그리움이 우러날 수 있는 간격의 미학을 앨범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경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