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춘란배세계선수권] 빗나간 씌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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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제7회 춘란배세계선수권'

<결승2국>
○·창하오 9단 ●·이창호 9단

제4보(31~36)=이창호 9단이 한국기원 허동수(GS칼텍스 회장) 이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세돌 9단을 변호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자기 의사를 여간해서 드러내지 않지만 이창호의 한마디는 묵직한 힘이 있다.

국면에선 창하오 9단의 백△가 통렬하게 의표를 찌르고 있다. ‘참고도1’ 흑1로 막는 게 보통이겠지만 후수인 데다 A의 절단이 남아 어딘지 허술하다. 백이 B 정도로 뛰어나가면 공격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흑▲의 씌움이 방향착오이며 느슨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참고도2’ 흑1로 씌웠더라면 C로부터 철벽 도배가 들어가기 때문에 백도 무언가를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도배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창호 9단은 31로부터 꽉꽉 조이는 쪽을 선택했다. D쪽을 틀어막는 것은 이제 흑의 권리다. 그러나 36으로 끊기고 보니 뒤처리가 쉽지 않다는 게 한눈에 드러난다. 흑도 E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면 중앙의 주도권이 상당 부분 백에게 넘어갔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귀의 실리를 내주고 큰 세력을 바탕으로 마음껏 두텁게 두어보려던 구상은 이미 깨졌다. 이창호의 수심이 깊어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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