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문화재 훼손 논란…'왕도'방영 보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KBS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문화 유적지를 함부로 파헤쳐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관리국에 따르면 KBS '일요스페셜 - 5백년 왕도의 미스터리' 제작진이 지난 6일 경기 하남시 신장동 지역에 진흙이 쌓여 자연제방을 이룬 것으로 보이는 부분을 굴착기를 동원해 길이 5m 높이 2m 가량 파헤쳤다는 것. 하지만 이 지역은 문화재 발굴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현행법상 허가 없이 발굴할 수 없다.

연출자 신동환PD는 "굴삭기로 판 부분은 유물발굴 가능지역의 바깥 쪽으로 이미 도로공사중 파헤쳐진 부분을 조금 더 팠을 뿐" 이라고 밝혔다.

신PD는 또 제방 안쪽은 삽으로 파다가 유물 파편이 나와 다시 덮은 뒤 문화재관리국에 신고했다" 고 말했다.

문화재관리국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한 뒤 고발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 논란으로 인해 26일 밤8시 방송예정이던 '5백년…' 은 일단 방영을 연기했다.

한편 제작진은 하남시 교산동 일대에서 고려시대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건물 유적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이 지역에 2.6m간격으로 늘어선 지름 1.2m정도의 건물 초석 30여개가 남북67m 동서13m에 걸쳐 늘어선 것을 확인했다" 고 말했다.

KBS팀과 함께 현지를 답사한 충남대 박순발 (朴淳發.40) 교수는 "기와 등 출토 유물로 보아 국내 최대규모의 고려 또는 통일신라 관아 건물터로 추정된다" 고 해석했다.

현재 개인 수목원이 들어서 있는 이 지역에서 97년 세종대 발굴팀이 삼국시대 것으로 보이는 기와를 찾아낸 적이 있으나 건물터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