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범죄 사냥 보안산업 불황 모르고 급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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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식품 전문업체 H사는 얼마전 '안방' 을 털리는 도난사고를 당했다.

서울삼성동 본사 경리부에 있던 금고를 송두리째 도둑맞은 것. 이 회사는 고민 끝에 자체 경비직원들이 순찰을 돌던 '고전적 수성 (守城)' 방식을 버리고 경비 전문업체에 SOS를 쳐야만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중인 D사도 한달에만 무려 4건에 이르는 강.절도 사건에 시달리다 못해 경비를 전담해온 '동네 아저씨' 들을 내보내고 경비업체에 휴게소 경계를 맡겼다.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강.절도 사건은 4만2천여건 (대검찰청 자료.현행범 검거건수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6%나 늘어났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각종 범죄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사회 불안심리가 고조되면서 보안.경비 전문업체들과 보안장비업체 등 '시큐리티 (보안) 산업' 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보안시스템 경비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에스원의 경우 전례없는 불황 속에서도 고객수가 지난 5월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1천2백60억원. 에스원 관계자는 "범죄에 취약한 단독주택과 아파트.빌라 등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홈 시큐리티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연말까지 신규 고객 1만명을 추가로 확보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2위인 캡스 (한국보안공사) 역시 불안 심리를 '영양분' 삼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상반기 매출은 6백14억원. 캡스는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순찰대원 30명을 새로 채용하기도 했다.

이같은 호황에 힘입어 올해 시스템 경비시장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어난 3천3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람이 지키는 인력경비' 수요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1천여개였던 인력 경비업체수가 올 6월에는 1천1백여개로 늘었다.

그러나 인력경비를 맡기는 기업들이 감량경영에 나서면서 경비 용역비를 줄이는 바람에 시장규모는 지난해 5천8백억원에서 올해엔 5천7백억원으로 예상돼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안장비 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홍승희 삼성전자 영상보안장비시스템 영업부장은 "보안장비의 대표주자인 CCTV의 올해 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1천4백억원에 이를 것" 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호황 속에도 관련업체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추세다.

인력.자본 등에서 힘이 달리는 중소 경비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메이저 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보안.경비시장의 20%를 놓고 다툼을 벌이던 군소 경비업체들은 불황 파고를 이겨내지 못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지난 연말 80여개에 달했던 중소 경비업체수는 현재 70개 정도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본의 보안산업이 90년대 이후 '버블 불황' 속에서도 매년 12% 이상 성장한 점을 감안할 때 국내시장도 갈수록 대형화.전문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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